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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하는 미술관

아이와 함께 - 호암미술관에서 만난 겸재 정선

by 우아한 장사꾼 2025. 5. 14.

자연과 예술이 만나는 곳, 호암미술관에서 만난 겸재 정선의 세계와 가족 소풍 같은 하루

고요한 산자락, 잔잔한 호수를 품고 있는 호암미술관은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작품입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을 다독이고 싶을 때, 도시를 떠나 예술 속으로 숨어들 수 있는 이 공간은 서울 근교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미술관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곳은 단지 그림을 감상하는 장소가 아니라, 자연 속에 잠시 머물며 ‘쉼’과 ‘생각’을 동시에 선물하는 공간입니다.

그런 호암미술관에서 작년부터 손꼽아 기다렸던 겸재 정선 전시가 열렸습니다. 개인적으로도 감회가 깊지만, 이번엔 우리 가족에게 더욱 특별한 하루였죠. 초등학교 6학년 딸과 함께 평일 오전 10시 예약을 해 전시를 보러 갔습니다. 사람들이 붐비기 전 여유롭게 감상하려던 계획은, 이미 많은 관람객들로 인해 살짝 어긋났지만 오히려 그 덕에 새로운 감상법을 발견하게 되었죠.

호암미술관과 리움미술관의 전시 기획은 참 관람객을 잘 배려합니다. 정해진 관람 동선 없이 자유롭게 작품을 만날 수 있고, 무엇보다 공간이 주는 여백과 시선의 흐름이 무척이나 자연스럽죠. 이번 전시는 무려 정선의 작품 165점이 한자리에 모인 귀한 기회였습니다. 이토록 많은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본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뛰는 경험이었고, 오랜 기다림이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정선을 알게 된 계기와 아이와의 공동 학습

이번 전시가 특별했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사전 학습’이었습니다. 딸과 함께 다가올 한국사 능력검정시험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선 후기 회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중심에 ‘겸재 정선’이 있었습니다. 그가 어떤 배경에서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를 알게 되면서, 전시를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졌죠.

도서관에서 함께 책을 빌려 읽고, 좋아하는 그림을 골라보며 “이 그림은 왜 이렇게 그렸을까?”, “정선이 이곳에 살았다니 정말 신기하다”는 식의 대화를 나누며 미술관 나들이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탐험’이자 ‘놀이’가 되었습니다.

 

인왕산과 부침바위, 그림 속 이야기 찾기

정선의 대표작 중 하나인 인왕제색도를 비롯해, 그의 산수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소 중 하나가 바로 인왕산입니다. 특히 정선은 인왕산 꼭대기에 부침바위를 항상 그려 넣었는데, 이는 그가 바위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믿었기 때문이죠. 전시를 관람하면서 아이와 함께 그림 속 부침바위를 찾는 ‘숨은 그림 찾기’는 무척이나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또한 그림 속에 작게 묘사된 사람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그 작은 인물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당대 백성들의 삶과 정서, 풍경과 인간의 관계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장치였습니다.

 

미술관은 놀이터, 아이와 함께하는 감성 소풍

‘미술관은 놀이터’라는 제 철학 아래, 이번 나들이는 소풍 컨셉으로 기획했습니다. 동네에서 가장 맛있다는 김밥집에서 다양한 김밥을 포장해와 전시 중간에 도시락을 먹는 시간까지 계획에 포함했죠.

호암미술관은 전시관 외부에서는 자유롭게 음식 섭취가 가능하기 때문에, 주차장에서 티켓 확인 후에는 한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아이가 지치기 전에 초콜릿과 사탕도 슬며시 건네고, 김밥을 먹으며 다음 감상 계획을 세우는 시간은 그 자체로 특별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계단 중앙 포토존과 희원에서의 자연 체험

호암미술관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희원’이라는 전통 정원입니다. 전시 감상 후, 희원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마음도 차분해지고, 감정이 정돈됩니다. 이번에는 특히 희원 앞 호수 근처에서 공작새 한 마리를 만나는 기이하면서도 유쾌한 경험도 했습니다.

딸아이가 "여기는 참 자연친화적이야"라고 말할 정도로, 아이의 눈에도 이곳은 단순한 미술관이 아닌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다가왔던 것이죠. 사진도 함께 찍고, 자연이 주는 작은 놀라움들을 즐기며 호암미술관의 매력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선 전시 감상 팁

  • 동선은 반대로 돌자: 관람객이 많을 경우, 전시관 입구와 반대 방향으로 돌면 한결 여유롭습니다.
  • 사전 학습 추천: 정선의 생애와 대표 작품을 미리 학습하면, 감상 깊이가 달라집니다.
  • 작은 요소들 찾기: 부침바위, 사람, 자연 속 동물들 등 그림 속 숨은 요소를 찾아보세요.
  • 아이와의 대화 포인트: “정선이 왜 이 풍경을 그렸을까?”, “이 산이 지금 서울 어디에 있을까?” 등의 질문을 던지면 더 풍부한 감상이 가능합니다.

미술관 방문을 놀이처럼 만드는 엄마의 팁

  1. 먹거리 준비는 필수
    전시 감상 중 배고프면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먹을 것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김밥, 샌드위치, 과일 등 간편하고 냄새가 강하지 않은 음식을 추천드립니다.
  2. 작은 게임을 만들어라
    ‘그림 속 동물 찾기’,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 고르기’, ‘정선이 그림을 그린 장소 추측하기’ 같은 미니 게임으로 미술관을 놀이 공간으로 만드세요.
  3. 기념사진 포인트는 미리 탐색
    계단 중앙, 희원의 연못, 전통 정자 앞 등 포토존은 미리 체크하고, 여유롭게 사진을 찍어보세요.
  4. 전시 후에는 꼭 디저트 타임
    전시 후에는 ‘금옥당’에서 팥빙수나 전통 다과를 즐기며 피로를 풀어주세요. 감성적 마무리로 아이도 어른도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