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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하는 미술관

주한 프랑스대사관 특별전, 김중업의 건축 위로 얹힌 이배의 숯과 오토니엘의 유리

by 우아한 장사꾼 2026.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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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로 언덕길을 지날 때마다 시선은 늘 높은 담장 너머로 향하곤 했다.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치외법권의 공간이자, 한국 현대건축의 거장 김중업 선생이 남긴 유려한 모더니즘 건축물.

바로 주한 프랑스대사관이다.

평소엔 그저 담벼락 아래서 고개를 꺾어 버선코처럼 치솟은 처마 선을 올려다보는 게 고작이었는데, 그 굳게 닫힌 철문이 열린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한국과 프랑스가 수교를 맺은 지 140주년이 되는 해를 맞아, 대사관 관저 곳곳에 이배 작가의 숯과 장-미셸 오토니엘의 유리 조각 20여 점이 놓인다고 한다.

건축과 미술, 외교적 상징성이 맞물린 이런 드문 기획을 눈앞에 두고 그냥 지나칠 수는 없다.

 

주한 프랑스대사관 특별전 관람 핵심 정보

구분 주요 내용
전시명 한불수교 140주년 기념 주한 프랑스대사관 특별전 (이배 – 장-미셸 오토니엘)
장소 주한 프랑스대사관 관저 및 야외 일원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참여 작가 숯의 작가 이배(Lee Bae), 프랑스 유리 조각가 장-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
전시 규모 관저 실내외 공간에 조각 및 회화 약 20여 점 배치
건축적 배경 르 코르뷔지에의 제자 김중업 설계(1962년 작), 전통 한옥의 처마 곡선과 노출 콘크리트의 조화
관람 방식 100% 사전 온라인 예약제 (회차별 한정 인원, 신분증 필수 지참)
예약 일정 10월 관람: 접수 마감

11월 관람 접수: 10월 29일(목) 오전 10시, 10월 30일(금) 오전 10시
공식 접수처 주한 프랑스대사관 문화과 공식 웹페이지 (France en Corée – Culture)

 

 

김중업의 공간을 걷는 상상

 

이 전시에 마음이 먼저 쏠린 이유는 단연 ‘장소의 힘’ 때문이다.

1962년에 완공된 주한 프랑스대사관은 르 코르뷔지에 밑에서 근대 건축을 흡수한 김중업이 서구의 브루탈리즘 건축 문법에 한국 고유의 선을 절묘하게 엮어낸 걸작이다.

차가운 노출 콘크리트로 대담한 구조를 잡으면서도, 지붕 끝자락을 버선코처럼 하늘로 날렵하게 들어 올렸다.

서양 외교관들의 거주지이면서도 가장 한국적인 곡선미를 품고 있는 공간.

백색의 건조한 미술관 화이트 큐브를 벗어나, 실제 사람이 살아가고 역사가 오가는 관저의 거실과 복도, 정원에 작품이 놓인다는 건 작품의 감상 방식을 완전히 뒤흔드는 일이다.

 

숯의 심연과 유리의 광채: 두 거장이 건네는 대화

관저 곳곳에 자리 잡을 20여 점의 작품 구성도 흥미롭다. 물질과 질감에서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두 작가가 만났다.

  • 이배의 숯 (Black & Silence): 나무를 태워 남은 정수인 숯으로 시간의 지층과 생명력을 표현하는 작가다. 빛을 모조리 흡수하며 깊은 침묵을 자아내는 숯의 거친 텍스처와 먹빛 캔버스는, 관저 내부의 정제된 직선 벽면과 만나 공간의 중심을 묵직하게 가라앉혀 준다.
  • 장-미셸 오토니엘의 유리 (Light & Color): 파리와 덕수궁 연못 등 세계 유수의 유적지에 마법 같은 유리구슬 설치 작업을 선보여온 오토니엘은 이번에도 영롱한 빛을 끌어들인다. 매끄럽고 투명한 유리 표면에 맺히는 햇살과 풍경의 왜곡은 이배의 어두운 결에 찬란한 리듬을 불어넣는다.

가장 어두운 숯과 가장 투명하게 반짝이는 유리. 성질이 전혀 다른 두 물질이 1960년대 한국 모더니즘 건축 안에서 나란히 숨을 쉰다. 140년간 서로 다른 문화적 토양 위에서 관계를 맺어온 한국과 프랑스의 시간과도 묘하게 겹쳐 보인다.

 

11월 관람을 위한 사전 예약 메모

  1. 예매 오픈 시점: 10월 29일(목) 오전 10시, 10월 30일(금) 오전 10시 양일간 순차 오픈된다.
  2. 신청 채널: 프랑스 문화원/대사관 공식 문화 플랫폼인 ‘France en Corée – Culture’ 공식 페이지를 통해 접수된다.
  3. 체크리스트: 대사관 방문 시 본인 확인용 유효 신분증은 필수이며, 관람 중 동선 이탈이나 개별 행동이 제한되므로 정숙한 관람 태도가 요구된다.

주한 프랑스 대사관 – France en Corée – Culture

 

에필로그

예술 작품이 미술관이라는 안전한 상자를 벗어나 현실의 역사와 건축이 깃든 장소로 걸어 들어올 때, 관람은 단순한 시각적 유희를 넘어 온전한 체험이 된다.

10월의 닫힌 문을 아쉽게 바라보며 돌아섰던 기억을 뒤로하고, 스마트폰 캘린더에 10월 29일 오전 10시 알람을 맞춰둔다.

늦가을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김중업의 콘크리트 처마와 이배의 숯, 오토니엘의 반짝이는 유리구슬이 빚어낼 그 조용한 풍경을 직접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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