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초에서 따뜻한 순두부 정식으로 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곧장 차를 북쪽으로 몰았다.
목적지는 대한민국 최북단,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안보 관광지나 전망대라는 공간 자체에 큰 흥미를 두지 않는 편이었다.
'전망대'라는 단어가 주는 특유의 경직된 분위기, 그리고 판에 박힌 관광 코스라는 선입견이 앞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내 오랜 편견을 허물고 마음에 묵직한 파문을 일으켰던 유일한 장소가 바로 이곳이다.
군악대 복무 시절, 금강산이 지척인 저 능선 부근에서 악기를 연주하셨다던 아빠의 옛이야기.
지난 봄 아빠와 이곳에 올라 북녘 풍경을 곁에 두고 들었던 그 담담한 회상은 지도 위 휴전선 너머를 단순한 분단선이 아닌 숨 쉬는 서사로 바꾸어 놓았다.
그날 마주했던 시린 공기와 감동의 결을 이번에는 꼭 아이들에게도 직접 보여주고 싶었다.

민통선 넘어 통일전망대로 향하는 길, 출입신고 절차 정리
고성 통일전망대는 일반적인 관광지와 달리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북쪽에 자리한다.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전망대 타워로만 설정하고 달리면 검문소에서 회차해야 하므로, 반드시 사전에 정해진 출입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통일전망대 출입신고소(통일안보공원) 경유
전망대로 진입하기 전, 국도변에 위치한 출입신고소에 먼저 들러야 한다. 이곳에서 차량 번호와 대표자, 동승자 인적사항을 기재하고 관람료와 주차 요금을 정산한다.

30분 간격 안보 교육 영상 시청
신고소 내 강당에서 30분 단위로 진행되는 8분 남짓의 안보 교육 영상을 시청해야 최종 출입증이 발급된다. 교육은 8분이다.

스마트 출입 관리 시스템(전용 모바일 앱)
현재 출입 관리는 모바일 앱을 통해 진행된다. 제진검문소를 통과하는 순간부터 관람을 마치고 나올 때까지 입·퇴영 시간이 전산으로 체크되며, 민통선 구역 내에 머무는 동안에는 인원 확인과 안전 관리를 위해 앱을 반드시 활성화해 두어야 한다.
절차가 다소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검문소를 통과할 때의 삼엄한 긴장감과 철책선 풍경은 그 자체로 분단의 현실을 체감하는 훌륭한 산교육이 된다.

금강산 능선과 동해 바다가 맞닿은 시선
전망대에 서자 하늘빛이 조금 아쉬웠다.
더 화창했더라면 금강산 일만이천봉의 기암괴석이 칼로 베어낸 듯 선명했을 텐데, 옅은 해무와 구름이 내려앉아 흐릿한 윤곽만 내어주었다.
그럼에도 동해의 맑고 푸른 바다는 여전했고, 저 멀리 겹겹이 솟아오른 금강산 산자락은 여전히 신비롭고 묵직했다.
바다 위로 뻗은 철도길과 아스팔트 도로, 능선을 따라 희미하게 이어지는 산길까지. 손을 뻗으면 금방이라도 닿을 듯 가까운 저 길이 막혀있다는 사실이 새삼 생경하게 다가왔다.
오전만 해도 금강산의 남쪽 끝자락이라 불리는 고성 화암사 신선대(성인대) 바위에 올라 그 장쾌한 기운을 밟고 내려왔건만, 정작 겸재 정선이 평생을 매료되어 화폭에 담았던 금강산의 본류는 그저 바라만 보아야 한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 두 발로 저 산을 걸어 오를 날이 올 수 있을까.
바다와 맞닿은 해금강 능선을 마주한 채 한참 동안 말없이 시선을 묶어두었다.



북녘 풍경을 마주하며 머무는 식당, '해금강'
전망대 구역 안에는 북한 땅을 바라보며 식사를 할 수 있는 이색적인 공간, 식당 '해금강'이 자리한다.
이곳의 가치는 통유리 너머로 펼쳐지는 압도적인 조망에 있다.
식당 이름 그대로 북녘의 해금강과 금강산 구선봉을 파노라마처럼 감상하며 한 끼를 마주할 수 있다.
분단의 경계에 서서 저편의 풍경을 내다보며 숟가락을 드는 경험은 그 상징성만으로도 깊은 묘미를 남긴다.
함경도식 온반이나 시원한 냉면처럼 차분하게 준비된 식사를 나누며, 창밖으로 펼쳐진 북녘 바다와 능선을 가만히 응시했다.
전망대 관람 후 잠시 앉아 따뜻한 차나 국물을 나누기에 이보다 더 자연스럽고 고요한 쉼표는 찾기 어렵다.
화려한 테마파크나 편안한 휴양지 여행도 좋지만, 역사와 세대의 기억이 얽힌 동해안 최북단의 풍경은 언제나 긴 생각의 여운을 남긴다.
군악대 시절 아빠의 기억을 따라왔던 내가, 이제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이 자리에 서 있다.
오늘 아이들의 눈망울에 담긴 저 푸른 바다와 금강산 능선, 그리고 이어진 철길의 잔상이 훗날 어떤 울림으로 기억될지 조용히 마음속에 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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