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주말 아침, 두 가지 미션을 품고 사춘기 딸아이와 삼청동으로 향했다.
하나는 오래전부터 벼르고 있던 국립현대미술관의 《서도호》 개인전 관람이었고,
다른 하나는 프리즈·키아프(Frieze·KIAF) 기간 삼청동 일대에서 진행 중인
작가 라이언 갠더(Ryan Gander)의 보물찾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

이른 아침 각자 샌드위치 하나씩 손에 쥐고 같은 목적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이들에게는 태교 때부터 미술관을 드나들었던 터라 전시 공간이 낯설지 않지만,
사춘기에 접어든 뒤로는 미술관 나들이에
조금이라도 활력을 불어넣어 줄 특별한 계기가 필요했다.
마침 라이언 갠더가 삼청동 골목 곳곳에 숨겨놓은 예술적 동전들 덕분에,
우리 모녀의 발걸음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설레는 탐험이 되었다.
생전 고모가 사셨던 동네라 골목 구석구석 손바닥 보듯 훤하다고 생각했던 삼청동 길.
그런데 바닥의 작은 돌멩이 하나, 담벼락 틈새의 풀잎과 나무 한 그루까지
이토록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었던가.
닫혀 있던 사춘기 딸아이의 눈과 내 시선이 오랜만에 같은 방향을 향해 반짝였다.
1. 토요일 오전 9시 30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현장 예매 오픈런
[전시 관람 핵심 요약]
-전시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현장 예매 오픈런: 토요일 오전 09:30 도착 줄서기 시작 ➜ 10:00 개관 매표 ➜ 10:30 티켓 수령 및 입장
-핵심 관람 포인트: 대형 패브릭 설치를 넘어 수제 종이 펄프와 색실이 융합된 실 드로잉 연작의 마이크로 질감 관람 필수
본격적인 미션을 위해 국립현대미술관 매표소 앞에 도착한 시각은 토요일 오전 9시 30분.
온라인 사전 예매 티켓이 전 회차 일찌감치 매진되었기에 선택지는 오직 '현장 발권'뿐이었다.
10시 개관까지는 아직 30분이 남았지만 로비 앞에는 이미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 현장 발권 대기 타임라인: 09:30 대기열 합류 ➜ 10:00 개관 및 매표 시작 ➜ 10:30 발권 완료 및 전시실 입장 (총 1시간 소요)
- 오픈런 팁: 주말에는 현장 취소표 경쟁이 치열하므로 안전하게 오전 시간대에 입장하려면 늦어도 오전 9시 20분~30분 사이에는 도착해야 한다.
시원한 아침 공기 속에서 딸아이와 나란히 서서 1시간 남짓 기다렸다.
지루해할까 슬그머니 눈치를 살폈지만,
문턱을 넘어 전시장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1시간의 기다림과 다리의 뻐근함은 눈 녹듯 사라졌다.






2. 천과 공간을 넘어: 실(Thread)과 종이가 직조해낸 기묘한 질감
서도호 작가 하면 대부분 공중에 부유하듯 떠 있는
반투명한 은사나 옥사 재질의 '천으로 지은 집(한옥, 뉴욕 아파트)'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 내 발걸음을 가장 끈질기게 붙잡아 둔 것은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허물어버린 '실 드로잉(Thread Drawing)' 연작들이었다.




멀리서 언뜻 보았을 때는
질감이 도톰한 크레용이나 오일 파스텔을 꾹꾹 눌러 그린 농밀한 회화처럼 보였다.
부드럽게 번져 나가는 색채의 그러데이션과 유기적인 윤곽선이 주는 인상이 그랬다.
그런데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 벽면에 시선을 맞춘 순간 나직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선 하나하나가 흑연이나 물감이 아닌 진짜 '실'이었다.
닥종이와 수제 종이 죽이 채 마르기 전,
물기를 머금은 종이 섬유 사이에 수많은 색실을 한 올 한 올 얹고 엮어내어
압착한 작업. 붉은색, 푸른색,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실들이 엉키고 포개지며
종이 속에서 스스로 형태를 빚어내고 있었다.
마치 크레용 특유의 몽글몽글하면서도 묵직한 질감이 고스란히 묻어나는데,
그것이 얇디얇은 섬유의 궤적이라니. 캔버스 위에 덧칠해진 선이 아니라,
물질로서 종이의 살결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어 스스로 골격을 이루고 있는 실의 생명력은 실로 경이로웠다.
3. 집요함과 몰입의 끝: 작가의 거룩한 편집증을 마주하다
전시실 동선을 따라 안쪽으로 깊숙이 걸음을 옮겨
마지막 공간에 다다를수록 형언하기 힘든 감정이 가슴을 짓눌렀다.
스케치북, 문손잡이와 콘센트 구멍 하나까지 종이로 떠낸 탁본(Rubbing) 작업들,
그리고 서울·뉴욕·베를린·런던으로 이어지는 삶의 궤적과
거주 공간을 실과 종이로 시각화한 수백 점의 아카이브.
그 방대한 축적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하나의 단어가 떠올랐다.
'편집증.'
결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한 인간이 자신의 지나온 기억과 장소,
그리고 흘러가는 시간에 대해 이토록 무시무시할 정도로 집요하게 파고들 수 있을까.
사라져가는 일상의 조각과 공간의 숨결을
단 하나도 허공으로 날려 보내지 않으려는 처절한 기록벽이자 고집이었다.


바늘귀를 꿰고, 실을 엮고, 종이를 두드리고 문지르는 수만 번의 단순 노동에 가까운 수행적 시간들.
사람이 무언가에 이토록 끝까지 몰입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커다란 전율로 다가왔다.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전 생애를 바쳐 공간과 사투를 벌인 한 예술가의 압도적인 에너지는
날카롭게 날이 서 있던 사춘기 아이의 마음마저 잠시 숨죽이게 만든 듯했다.




4. 사춘기 딸과 함께 나눈 침묵의 위로
전시장을 빠져나오니 삼청동의 투명한 가을 햇살이 마당 가득 쏟아져 내렸다.
서도호 작가에게 집이란 단순히 벽돌과 시멘트로 쌓아 올린 공간이 아니라,
언제든 접어서 배낭에 넣고 이동할 수 있는 '기억의 옷'이자 '이동하는 자아'라고 한다.
지금 한창 자신만의 단단한 껍질을 만드느라 엄마와 조심스럽게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내 딸아이.
그 아이 역시 언젠가는 부모라는 집을 떠나 자기만의 기억을 짓고,
자신만의 옷을 지어 입으며 세상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실 한 올 한 올이 모여 거대한 집을 이루듯,
오늘 우리가 함께 1시간을 기다려 나눈 이 짧은 침묵의 대화도
아이의 기억 어딘가에 따뜻한 실밥 하나로 단단하게 꿰매어졌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예술이 건네는 묵직한 전율과 뭉클함을 동시에 안고 돌아온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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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서도호》 전시 관람 안내]
- 전시명: 《서도호》 개인전
- 전시 기간: 2026. 08. 27 ~ 2027. 02. 09
- 전시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서울 종로구 삼청로 30)
- 관람료: 8,000원
- 온라인 예매 방법: 매주 월요일 오후 6시, 국립현대미술관 공식 홈페이지(mmca.go.kr)에서 일주일 단위로 티켓 오픈 (주말 티켓은 조기 마감되므로 예매 알림 필수)
- 현장 발권 요약: 온라인 예매 실패 시 주말 오전 9시 20분~30분 현장 대기 추천 (10시 매표 개시 후 10시 30분 안팎 입장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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