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는 멈춰야 할 때가 있습니다. 달리기만 해서는 보이지 않는 것이 있고, 오히려 잠시 멈춰야만 진짜 중요한 것들이 보이기도 하니까요. 경력단절 이후 다시 한번 용기를 내 시작했던 2년 반의 직장생활. 짧지만 치열했던 시간 끝에 결국 또 하나의 ‘쉼’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늘 마음 한편에 남아 있던 건 아이들에게 느꼈던 미안함과 고마움이었습니다. 일 때문에 바빠 마음껏 챙겨주지 못했던 시간들. 그래서 이번엔 평일의 한산함을 이용해 둘째 딸과 단둘이 조용한 여행을 떠났습니다. 큰아들은 워낙 바빠서 함께하지 못했지만, 이번만큼은 ‘엄마와 딸의 온전한 시간’을 만들어 보기로 했어요.
목적지는 강릉 죽도해변. 바다와 마을이 함께 숨 쉬는 조용한 곳. 사람들이 몰리기 전의 평일, 서핑 시즌이 본격화되기 전의 한적한 바다에서, 우리는 그동안의 속도전을 멈추고 조용히 걷고, 나누고, 웃었습니다.
서프리조트 JD, 죽도해변 앞 가성비 최고의 선택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건 바로 숙소였습니다. 죽도해변 바로 앞에 위치한 서프리조트 JD. 사실 너무 저렴한 가격에 살짝 고민도 했지만, 실제로 도착해보니 룸 컨디션이 뛰어나고 바다까지 도보 1분 거리라는 점에서 완벽한 선택이었음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조용한 마을을 산책하며 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바다 내음을 맡으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 딱 좋은 위치였습니다. 숙소 근처에는 편의시설과 맛집도 적당히 분포해 있어서 차 없이도 불편함이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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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리조트 제이디 양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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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진리는 '먹는 것'에서부터
사춘기 딸이 외식보다는 숙소에서 편하게 먹고 싶다고 해서, 지역 내 리뷰가 좋던 빡쎄닭에서 치킨을 픽업하기로 했습니다. 검색 끝에 찾아간 이곳은, 이름만큼 강렬한 인상에 사장님의 인심도 훌륭하고, 치킨의 맛은 그야말로 인생치킨이었습니다.
테이크아웃해서 숙소로 돌아와 바다를 바라보며 딸과 함께 치킨을 먹는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하던지요. 소소하지만 특별한 ‘맛있는 기억’은 여행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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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세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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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만 가능한, 조용한 죽도해변 산책
강릉 죽도해변은 여름이면 서핑 인파로 북적이는 핫플레이스지만, 우리가 간 평일 오전에는 정말 고요하고 잔잔한 풍경만이 함께했습니다.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해변을 딸과 함께 걷는 그 순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치유의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래 위에 발자국을 남기며 서로를 바라봤고, 엄마와 딸로서, 친구처럼 나누는 짧은 대화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줬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순간. 이게 바로 가족 여행의 진짜 의미 아닐까요?
숨은 보석 같은 카페, 마할로
산책 후엔 예쁜 카페에 가보자며 가볍게 나섰는데, 생각보다 진짜 보석 같은 공간을 발견했습니다. 카페 **‘마할로’**는 큰 창 너머로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고, 모든 좌석이 바다를 바라보게 배치되어 있어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어요.
처음엔 큰 기대 없이 들어간 곳이었지만, 조용한 음악과 따뜻한 음료, 탁 트인 창밖 풍경은 그 자체로 완벽한 힐링이었죠. 딸과 함께한 카페 데이트는 큰 대화는 없었지만, 그 침묵 속에도 따뜻함이 흘렀습니다. ‘음료 다 마시면 일어나는 스타일’인 딸에게는 아직 낯선 공간일지 모르지만, 언젠간 이 자리의 기억이 그녀의 마음에 따뜻하게 남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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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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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해변 옆 작은 산길과 귀여운 사찰 산책
이튿날은 이른 아침, 죽도해변 옆의 작은 산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그 길 끝에는 작고 아담한 사찰이 있었고, 어른도 아이도 미소 짓게 하는 귀여운 소품들로 꾸며진 공간이 나타났습니다. 아기자기한 불상, 꽃들, 작은 연못까지.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진 조용한 산사에서, 또 한 번의 짧은 사색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바닷가의 햇살이 부드럽게 퍼지던 그 순간, ‘이런 여행을 자주 해야겠다’는 다짐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음엔 가족 모두 함께 오자’는 결심도 함께.
여행의 끝에서
가끔은 여행이 멀리 있는 게 아닙니다. 여행은 오히려 멈춤에서 시작됩니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진짜 소중한 사람들과 천천히 걷고, 이야기를 나누고, 바다를 바라보며 숨을 고르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회복’할 수 있습니다.
이번 여행은 짧았지만 강했고, 조용했지만 마음이 풍성해졌습니다. 직장생활의 쉼표가 ‘공백’이 아니라 ‘재정비’가 되었음을 깨닫는 시간.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와 함께 만들어낸 조용한 추억 한 조각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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